놀 줄 안다는 청년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 있다, 홍대 입구, 신촌, 건대, 강남. 하지만 이런 곳들 중 가장 으뜸인 곳을 꼽자면 필자는 주저 없이 이태원을 꼽을 것이다. 해방촌과 경리단길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카페와 분위기 있는 맛집, 이태원역 주변으로 형성된 다양한 펍과 클럽. 그리고 세계의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이곳은 서울을 대표하는 젊음과 열정의 거리다.

 기성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요즘 청년들은 할로윈을 그들 나름의 문화로 만들었다. 좀비, 캐릭터 코스프레, 영화배우, 컨셉 의상을 입고 할로윈에 어울리는 화장을 한 다양한 젊은이들이 할로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 이 생생한 현장을 필자가 직접 가보았다.

발 디딜 틈이 없다.

 이태원역에 가까이 갈수록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과 미리 분장을 한 사람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을 모두 이태원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역 안부터 사람들이 많아 ‘설마..?’ 했으나 위로 올라와보니 ‘역시나!’였다. 이태원은 북적거리는 사람들도 인산인해를 이루며 걸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분장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얼굴에 특수한 분장을 한 상태였다.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텔레토비(텔레토비 시리즈), 데이다라(나루토), 긴토키(은혼), 마리오 형제(슈퍼마리오), 캡틴 아메리카(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할리퀸(DC 확장 유니버스), 조커(DC 확장 유니버스) 등 필자도 잘 알고 있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잘 살펴보니 그 안에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었다. 특수한 분장을 한 사람이 자세를 잡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약속을 한 듯 사진을 찍었다. 자신이 아는 캐릭터를 보면 반갑다는 듯이 먼저 말을 걸고 같이 셀카를 찍기도 하며 SNS를 교환했다. 한쪽에선 특수 분장 시켜주는 노점에서 분장을 받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졌다.

 이런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홍보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미술이나 메이크업을 전공 중인 대학생들이 특수 분장을 받으라며 손님을 모으고 있었고 한쪽에선 행사에 참여한 커플(?)들을 위해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클럽 입구에선 분장을 한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기 위해 눈에 띄는 분장을 한 사람들을 보면 먼저 다가가 입장을 권유했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유치원생 될 법한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님들이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에게 아이와 같이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모습이 여럿 보였다. 수줍게 웃으며 분장을 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선 할로윈처럼 특수한 분장을 볼 수 있는 행사가 많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장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이 많은 곳까지 함께 온 부모님이 대단해 보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힘겹게 이동하는 도중 눈에 익은 코스튬이 보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캐릭터 ‘아리’였다. 빛나고 있는 꼬리에서 전문 코스프레 모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아리 코스튬을 입은 모델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사진 세례를 받고 있는 모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사진을 요청한 후 코스프레를 하고 이태원 할로윈 축제에 참가한 이유를 물어봤다.

코스프레 모델 조서연양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어 보는 것이 좋다’며 말문을 연 모델은 ‘할로윈은 분장을 하고 노는 축제니까 이쪽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과 함께 코스프레를 하면서 사진도 찍고 취미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코스프레를 많이 접해 보지 못한 분들께 코스프레를 보여주는 것과 코스프레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며 ‘코스프레가 좀 더 대중적인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축제에 참여했다’고 축제 참가 이유를 밝혔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대답에서 자신의 취미에 임하는 깊은 태도를 알 수 있었고 이런 분들 덕에 할로윈 축제가 젊은이들이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한 덕에 이태원 거리 한 블록을 지나가는데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젊음과 활기를 느끼는 와중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청년들이 자신의 문화와 축제를 스스로 만들어 향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기뻤다. 과거 학생과 청년들의 문화는 소위 ‘하위문화’라며 기피의 대상이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했다. 그런 시선 덕에 청년의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는 거의 전무했으며 있다고 해도 암암리 또는 안 좋은 시선 속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이젠 당당히 주류 문화로 들어와 자리 잡은 듯하다. 특히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즐기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며 이젠 청소년과 청년의 문화도 주류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학생들이나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그 세대의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요즘이야 물총 축제 같은 학생과 청년을 타겟으로 한 행사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 학생, 청년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축제가 할로윈 축제 말곤 존재하지 않는다. 이태원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많은 청년들이 할로윈 축제를 즐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곳 밖에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할로윈 축제는 입시 공부와 취업 경쟁 속에서 잠시나마 그들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학생과 청년 시절의 추억은 평생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기에 필자는 청년들이 즐길 수 있고, 더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축제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은 그들을 더 의미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때문에 필자에게 있어 할로윈 축제는 단순히 축제 그 이상을 넘어 학생들과 청년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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